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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Varanasi] 신과 함께 하는 매일

정로즈 2011. 4. 27. 10:20

 

Pooja

Worship - In Hinduism, Pooja or Puja is a form of worship, that relates to the dedication and belief. [Wikipedia]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한 줄로 뿌자를 설명하고 있다. 흰두어로 [빈다]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를 바라나시에서는 매일 만날 수 있다.

쉬바신이 천상에서 흐르는 강을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지상으로 가져왔다는 갠지스 강(강가)에 수십개의 가트 중 가장 큰 가트인

Dashashwamdh Ghat(메인 가트라고도 한다)에서 매일 저녁 7시경부터 신과 소통하는 제사 의식(아르띠 뿌자, Arti Pooja)이 한 시간 정도 행해진다.

혹자는 이제 이 의식 자체가 관광상품화 되었다고 우려의 말을 하기도 하지만,내 눈으로 지켜본 바로는 여전히 인도인들에 의한, 인도인들을 위한 전통의 흰두교 의식임을 그들의 눈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가트 계단을 가득 매운 사람들이건 돈을 주고 배를 타고 정면에서 의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이건 모두들 진지한 표정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켜보는 사람의 99%가 인도인이고 나머지 1% 정도만이 외국인 여행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수십개의 종교가 있지만, 각 종교마다 진리가 있고 철학이 있는 것이기에 어떤 종교가 더 낫고 우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구도 자신의 종교를 남에게 강요할 수도, 강요할 필요도 없는 것이리라.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또 어디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흰두교인이 아닌 그저 관광객에 지나지 않는다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않고 후레시 팡팡 터트려가며 사진만 찍을 요량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같은 여행객 처지인 내 얼굴이 연신 화끈거린다. 부디 우리나라 여행객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없기를 진심으로 빈다. (가끔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돈 내야한다고 붙는 인도인들이 종종 있는데, 이건 거짓말이니 가볍게 무시하면 되니 참고)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나 역시도 그들에게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잊지말자. 나도 당신도.

 

 

 

 

 

 

 

7명의 브라만 사제들이(매일 행해지는 의식이니 항상 사제들이 나올 수 없어 때로는 아직 공부중인 브라만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 나온다는 얘기도 있음) 한 명씩 자리를 잡고 오카리나 처럼 생긴 하얀 고동? 소뿔을 강가의 물로 한 번 정수하고 힘껏 부는데 낮고 웅장한 소리가 제사의 시작을 알린다.

 

향을 들고 한 손으로 종을 흔들기도 하고, 연기나는 그릇을 들기도 하고, 기름 불 붙인 등을 들기도 하고, 꽃을 뿌리기도 하는 의식은 1시간 가량 지속된다.

시간대를 잘 맞춘 덕에 나는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의식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소문처럼 브라만 청년들 모두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 팔의 갈라진 근육까지. 다들 정말 훈남들이다. 거기다 눈을 감고 의식에만 집중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바꾸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데, 동작 하나하나와 진지한 표정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무용수들 저리가라다.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그 진지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끔 눈을 돌려 인도인들의 눈빛을 바라보니, 나 역시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 속으로 녹아드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내 마음도 차분히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나쁘지 않다.

의식이 진행되는 1시간 내내 눈을 한 번도 뜨지 않던 한 아저씨.

무얼 저리 열심히 비는지는 몰라도 모은 두 손이 떨어질 생각을 안하는 걸 보면 참 간절하신가보다.

부디 저 분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내가 생각하는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붉은 꽃잎을 흩뿌리는 부분인 것 같다.

향 연기가 피어오르고,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만트라(주문같은 노래소리)와 경건한 분위기 속에 하늘로 날리는 새빨간 꽃잎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하늘에서 꽃잎 한 장, 한 장이 눈 처럼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처럼 아주 몽롱하게.

어느새 나도 강가의 여신에게 가까워진 것일까. 묘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의식이 끝나면 다 같이 박수를 치며 마무리 하고 (매일 치루는 의식도 축제같은 인도다), 사람들은 꽃으로 장식된 작은 양초를 사서 갠지스강에 띄우며 소원을 빈다. 나 역시 나의 무탈한 여행과 가족들의 안녕을 빌며 일렁일렁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초를 바라본다.

나를 비롯한 오늘 이 자리에 모여 각자의 소원을 빌었던 모든 사람들의 바람을 부디 신께서 하나도 소홀치마시고 다 품어주시길...

 

 

 

 

메인 가트에서 강가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조금 작은 가트에서도 뿌자 의식이 행해지는데, 이곳에서 행해지는 의식이 진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날짜를 달리해 비교해 보며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 곳의 뿌자 의식은 메인 가트의 것과 조금 다르게 박수를 치고 난 후 모두들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올려 마치 신과 소통하는 듯한 모습으로 끝이 나는게 조금 다른 점.

 

 

 

출처 : 지구별 방랑 ♪On Air
글쓴이 : 즌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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