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안부

정로즈 2012. 4. 28. 08:54




 
        안부/장석남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 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 하는 물리(物理)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 가꾸시는 매화 분(盆)은 피었다 졌겠어요 흉내 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 목도리를 여미기도 합니다 꽃봉오리가 날로 번져나오니 이보다 반가운 손님도 드물겠습니다 행사(行事) 삼아 돌을 하나 옮겼습니다 돌 아래, 그늘 자리의 섭섭함을 보았고 새로 앉은 자리의 청빈한 배부름을 보아두었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 글자 대신 손바닥을 폅니다 뒤집어보기도 합니다 마디와 마디들이 이제 제법 고문(古文)입니다 이럴 땐 눈도 좀 감았다 떠야 합니다 이만하면 안부는 괜찮습니다 다만 오도카니 앉아 있기 일쑵니다
불루베이크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 한잔 하시겠어요? / 이해인   (0) 2012.05.06
봄날에 외 1 편  (0) 2012.04.30
[가슴으로 읽는 시조]에서 -박재산/내 사랑은  (0) 2012.04.19
[스크랩] ㅎ  (0) 2012.04.13
[스크랩] 방패  (0) 201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