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 방문
태풍 영역에서 벗어난 오늘 오전에 경대병원으로 향했다.
빈 손으로 중환자실에 있다는 화우를 만난다고 할까.
중환자 실에서 2등병실로 어제 옮겼다고 한다.
구부리고 앉은 등을 스다듬어주는 마누라의 모습이 병자같았다.
화우의 앙상한 몰골은 처음 보는 사람인 것같았다,
코에 산소호흡기를 달고 손에는 영양제주사바늘을 꽂은 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은
아프기전의 당당하고 멋진 모습은 사라지고 나약한 어린 아이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힘이 없는 말투는 듣는 나로서는 힘들었다.
화우 한선생님은 정의롭고 패기가 있어 언제나 나의 방파제가 되었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외로워 소리없는 아우성에 이등실로 옮겼다고 하는 마누라를 잠시 앉혀놓고 나는 화우의
등을 맛사지 하여주었다.
이때는 남녀의 구별이 없었다. 그는 병자고 나는 잠시 간병인인 것이다.
화우의 딸이 도마도즙을 만들어 와서 아버지를 간호하는 동안 나는 함께 간 차선이와 사모님을
모시고 병원주변에 있는 청도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남녀간에 우정은 성립하지 않는다고들 말 한다. 그러나 우리는 친구라는 말도, 커피한잔을 나
눈적도 없다. 다만 공식적인 이야기나 행사 때만 보는 것이라서 인지 반세기 화우로서 사모님
과 함께 하여도 편안한 사이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는 화우라면 누구라도 우정을 인정할 수 있는 아름다운 남녀관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화우의 완쾌를 위해 기도를 하여야 하지 않겠나.
병문안을 사양하는 그래서 행적을 감춘 신명동기인 친구를 찾았다.
초라한 모습 보이기 싫다고 무소식으로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친구는 나를 보자 놀라는 표
정과 더불어 눈물을 훔친다.
언제나 고상한 품격을 갖추던 친구가 늙으막엔 관절 이나 당뇨 허리통정으로 고생을 한다. 그리
고 두 며느리를 보면 뭣하나 살림살이하면서 손녀 손자 뒷 바라지를 하다가 병이 더 악화 된 것
은 아닐까.
화우나 친구나 몰골은 매 한가지, 그래서 아무도 만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숨었던 것일까.
얼마나 외로우면 이등실로 옮겼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길은 조심조심 하면서 집으로 돌
아왔다.
하는님 감사합니다. 나는 성호를 긋고 주모경을 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