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스크랩] 동이

정로즈 2010. 10. 13. 15:32



        	
        

        비 오시는 모양을 바라보며/문태준

        마른번개가 치더니 비가 시작됩니다. 오늘 하늘은 물동이를 이고 가는 키 작은 누이 같습니다. 넓은 잎을 두들기는 빗방울소리가 내 귀도 함께 두들깁니다. 하늘의 소란이 집으로 들로 내려옵니다. 비는 모든 생명들에게 내립니다. 키가 큰 풀인지, 키가 작은 풀인지를 가리지 않고 비는 내립니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들을 골고루 적셔줍니다. 비는 물리침이 없습니다. 거만함이 없습니다. 생명은 이 비를 한 배 불룩하게 먹습니다. 남의 이목을 걱정하지 않고 소박하게 자기 몫만큼의 비를 받아 먹기 때문에 욕됨이 없습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블루바이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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