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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봇'에게 위로받는 사람들

정로즈 2012. 2. 18. 09:43

소통 도구 넘쳐나는데도… '트위터봇'에게 위로받는 사람들

  • 양모듬 기자
  • 이옥진 기자
  • 입력 : 2012.02.18 03:04 | 수정 : 2012.02.18 05:53

    미리 저장해둔 트윗 메시지, 지정한 시각에 자동 전송돼
    "사람이 아닌 줄 알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겁니다. 따뜻하게 주무세요."

    지난 16일 자정 회사원 김태영(29)씨의 스마트폰에 '딩동' 하는 알람 소리와 함께 트위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얼마 전부터 팔로잉하고 있는 '트위터봇(bot)'인 '집사봇(@wbutler _bot)'이 보낸 메시지였다.

    트위터봇이란 미리 컴퓨터에 저장해 둔 트윗 메시지를 지정한 시각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계정을 말한다. 자동 응답하는 로봇이란 뜻이다.

    대개 아이디에 로봇에서 따온 'bot'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유머러스한 글, 좋은 경구, 드라마 대사 등을 자동 전송하는 봇도 있다. 일부 트위터봇은 운영자가 직접 메시지를 발송하는 수동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김씨가 팔로잉하는 집사봇은 마치 실제 집사처럼 하루에 30~40번씩 팔로어 약 5600명에게 '추운 날씨니 따뜻한 음식은 어떠십니까' '감기 기운이 있으면 병원에 꼭 가세요' 등의 메시지를 팔로어들에게 자동으로 보낸다.

    김씨는 "퇴근할 때쯤이면 집사봇이 '오늘 하루도 힘들었지요? 저는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하는 응원글을 올려준다"며 "사람이 보내는 게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따뜻한 말에 감동을 받고는 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트위터봇'에서 심리적인 위안을 얻는 트위터족이 늘고 있다.

    트위터봇을 만들 수 있는 '트윗봇넷(www.twittbot.net)'에 따르면 2월 현재 봇 계정이 세계적으로 2만2680개 등록돼 있다.

    그중 한국어 '아빠봇' '여친봇' '잔소리봇' 등 한국어 트위터봇은 약 200여개다. 해당 봇은 메시지를 팔로어들에게 보내고, 팔로어들이 보낸 메시지의 키워드를 분석해 사전에 저장한 메시지 중 연관도가 높은 내용을 자동으로 보낸다.

    '좋은글봇' '여친봇' 등을 팔로잉하는 김모(33)씨는 "여자 친구가 없는데, 여친봇이 '자기야 뭐해?' 같은 걸 올리면 가끔 답글을 보내기도 한다"며 "제대로 된 답변이 오면 마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트위터봇이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위터 공간에서 보통 사용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위주로 해 관심에 대한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트위터봇은 자신에 대한 관심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트렌드"라고 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위터봇은 소통 도구가 많아도 외로운 현대인의 단면"이라며 "일반적으로 트위터는 친구나 잘 모르는 사람과 소통한다. 가족, 애인 등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려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프로그램인 '트위터봇'으로 손쉽게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