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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로즈 2012. 2. 28. 18:07

[일사일언] 보고 또 보고

  • 백명선 판씨네마 대표
  • 입력 : 2011.06.23 03:14

    백명선 판씨네마 대표
    얼마 전 영화 '제인 에어'가 극장에서 상영됐다. 샬럿 브론테의 명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올해 164살 먹는 이 케케묵은 소설의 숨은 매력이 무엇인지 TV 시리즈까지 합하면 무려 26번이나 영상화되었다. 영화의 역사가 대략 100년 남짓인 걸 감안하면 평균 4년에 한 번꼴로 영상화된 셈이다.

    이번 한국 개봉에서 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를 상영한 극장측 전언에 따르면 관객 중 한 명이 이 영화를 무려 20번 이상 보러 왔다는 것이다. 이 극장에서 영화가 스크린에 걸린 게 한 달 반 정도였으니 2, 3일에 한 번꼴로 보러 온 셈이다. 같은 영화를 한 번 이상 본 경험은 누구나 있겠지만 이 관객이 그렇게 여러 번 영화를 본 이유는 무엇일까?

    '제인 에어'의 매력이 로체스터(마이클 패스벤더)라는 과거가 있는 남자와 그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온 제인 에어(미아 와시코브스카)와의 사랑이란 뻔한 줄거리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비결은 그 사랑이 전제하고 있는 영혼에 대한 향수가 매력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같은 사랑에 헌신하는 등장인물들의 순수성이 부각되었을 수도 있다. 하나같이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이다. 순수하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으로 들리고 순수한 사람은 다치기 쉬운 약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요즘 세태에서 보면 제인 에어같이 순수하면서도 억척스러운 모습이 가슴을 파고들었는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무엇인가를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이건 우정이건 '1회성'이 횡행하는 요즘, 그 사람에게 분명 축복받은 경험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