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사이프러스 나무
정로즈
2013. 7. 14. 16:04
사이프러스 나무 / 정세나
나는 빈센트 반 고호의 화첩에서
"사이프러스 나무"를 만난다
지열이 파란 하늘을
둥글게 감아드리니
손끝에서 부서진 하얀 구름 속에
사이프러스가 머리를 치켜들고
거친 불꽃 바람을 일으키는
황홀한 그림자 속에서
귀를 잘라버리지 않을 수 없었던
고호의 고독을.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나의 캔버스 위에
고호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뚝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