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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노트- 송성국(창원 세종내과 종합검진센터 원장)
정로즈
2014. 11. 5. 20:42
엔딩 노트- 송성국(창원 세종내과 종합검진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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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잘 사는 일에만 골몰하지만 정작 잘 죽는 일이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죽음에 대해 일반인들보다는 좀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6개월 선고 받은 말기 암환자와 그 가족, 급작스런 심근경색 돌연사를 맞이한 45세 가장과 그 남은 가족. 이들 및 그 가족들과 면담하다 보면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 자신과 그 가족에게 얼마나 큰 혼란과 어려움을 주는지 절실히 알게 됩니다.
최근 우리 시대의 아티스트 신해철 씨의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과 준비되지 못한 팬들과의 이별이 또한 애석하게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많은 감동을 일으킨 ‘엔딩 노트’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60대 회사원이 건강검진에서 위암 말기 6개월 선고를 받고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남들처럼 정신없이 치료에 매달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된 남은 6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소중히 보낼까 그래서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할까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실천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 리스트에는 손녀들과 좀 더 많은 시간 보내기, 안 믿었던 신 믿어보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떠나기,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등이 적혀 있습니다. 점점 야위어 가고 암의 통증이 그를 괴롭히는 상황에서도, 가족, 손녀들과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리고 웃으며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60년 50년 남았지만 정신없이 바쁘게 살며 실제 인생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을 우리들이나, 6개월 말기 암 선고 받았지만 남은 시간 하나하나를 의미 있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데 사용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시간의 길이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마지막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역설적으로 살아 있는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멋진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삶의 동기를 찾게 된다고 합니다.
송성국 창원 세종내과 종합검진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