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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들, 해외로 가고 싶다면 자신의 홈페이지부터 만들어라
정로즈
2015. 2. 3. 14:45
한국작가들, 해외로 가고 싶다면 자신의 홈페이지부터 만들어라
-美갤러리 '리먼 머핀' 레이첼 대표
제프 쿤스·서도호 등 발굴 주역 "작가 평가 잣대는 오직 신선함"
- 벽에 걸린 앙리 마티스 작품의 프린트를 보고 레이첼 머핀이 말했다. "마티스는 말년까지 창의성을 잃지 않은 작가예요. 우리가 원하는 작가상이죠" /성형주 기자
지난 30일 방한한 세계적 갤러리 '리먼 머핀(Lehmann Maupin)'의 레이첼 리먼(62) 공동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리먼 머핀은 스위스인 레이첼 리먼과 미국인 데이비드 머핀이 미국 뉴욕에 1996년 설립한 갤러리로 트레이시 에민, 에르난 바스, 길버트 앤드 조지, 위르겐 텔러 등 세계적인 작가를 전속으로 보유하고 있다. 한국 작가 서도호와 이불의 소속 갤러리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레이첼 리먼은 리먼 머핀을 열기 전 스위스에서 컬렉터와 갤러리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현재 가장 비싼 작가로 통하는 제프 쿤스를 발굴했다. 1991년 스위스 로잔에서 무명이던 제프 쿤스의 개인전을 열어 그의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를 소개했다.
그에게 작가 발굴의 잣대를 물었다. "신선함(freshness)입니다. 제프 쿤스와는 컬렉터로 처음 만났어요. 네오 지오(Neo-Geo)그룹에 속하는 작가로 소개받고 뉴욕에서 그 작품을 봤는데 새롭다는 말밖에는 안 나오더군요. 혁명적이었어요." 그는 제프 쿤스 초기작의 주요 소장가이다. 뉴욕주 이스트 햄프턴 자택 수영장 옆엔 제프 쿤스의 대형 코끼리 조각이 있다. "이제 너무 비싸져 제프 쿤스 작품은 엄두도 못 내지만 우리 애가 다니던 학교를 제프 아이에게 소개해 줄 정도로 친한 친구"라고 웃었다.
리먼 머핀은 서구 갤러리로서는 드물게 15년 전쯤부터 아시아 작가에 관심을 가졌다. "2차대전 후 독일에서 에티오피아로 이주해 육가공 사업을 하시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여섯 살까지 그곳에서 자랐어요. 이국적인 문화에 자연스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이었다. "1999년 좋은 작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RISD(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전시에 갔어요. 바로 서도호였어요." 그해 서도호의 서울 집을 방문했고, 이불 작가의 스튜디오도 구경했다.
"미국에서는 선발 주자가 아니었기에 이미 유명 작가들은 전속 갤러리가 있었어요. 우린 좀 더 새로운 환경의 현대 미술 작가를 소개하고 싶었고, 서울이 그 해답이 됐습니다." 그는 "2013년 홍콩 분점을 낼 때 당초 서울을 염두에 뒀지만 언어 문제 등으로 무산됐다"면서 "언젠가 서울에 꼭 갤러리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작가들을 통해 동시대 예술(contemporary art)이 아닌 동시대 문화(contemporary culture)를 보여주고 싶어요." 한 장르의 예술을 보이는 작가보다는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작가 발굴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는 "조만간 한국 작가 한 명과 계약하려 한다"고 했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작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이미 유명해진 작가가 아니라면 홈페이지부터 만드세요. 그러지 않고서 저 멀리 바다 건너 갤러리스트가 어떻게 당신을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