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정로즈 2018. 10. 17. 13:59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 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한밤 중 자다깨어 방 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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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순덕 시인은
1960년 강원도 평창 횡계에서 유복한 가정의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31세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리움에 사무쳐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에 한국문인으로 등단하셨구요. 아래 사진이 초판의 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