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공원을 산책한다.
집 밖으로 나들이가 망설여지는 요즘 앞산공원이 나를 구원해줄 것 같았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마스크와 폰을 들고 앞산으로 향하는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이 무거워졌던 발걸음도 가볍다.
앞산을 찾아가는 길섶에서
겨울을 견뎌낸 봄꽃들이 반갑다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염 될까봐 악수도 하지않고
빙그레, 수줍게 방긋이 웃기만 해도 나는 너무도 반가웠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도 반갑기만 했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었나 싶다.
나의 맨얼굴을 더 좋아하였던 숲길에서 사람 간의 부대낌으로도 즐거웠던 지난 붐의
시작을 잊은채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untact)에 익숙해지는 중이지만,
산소를 들이 쇠고 싶어 마스크를 벗고 걷다가 사람의 자취가 가까이 오면 다시 마스크를
쓰기도 하면서 산책을 즐긴다.
나는 봄의 향기와 생명체의 끈기를 보면서
지금 건강하게 걷고 있는 행복을 감사하고 있다.
연인들은 준비하여 온 도시락을 펴놓고
다정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도 오랜만에 보게되니
퍽 사랑스럽다.
코로나19도 두렵지 않은 모습이 예쁘서... 힌 컷.
매화. 개나리. 목련. 진달래가 다투어 피는 모습도 보고
재잘거리는 산새 소리도 들으며
앙증맞게 유형하는 잉어들의 노니는
호수가 주는 자유와 평화를 새롭게 경험한다.
격리 상태에서 집콕을 벗어나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스스로 예방수칙을 챙기면서
무기력증을 해소하고 있는 가족들도 오늘은 보인다.
햇볕을 많이 받은 쪽은 더 활짝 꽃들을 피었듯이
나도 산책하는 동안 햇볕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2010년 3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