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정로즈 2010. 6. 23. 09:22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