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트럼펫은
으까번쩍하게 이름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큰돈 주고 산 악기라고요
귀가 째지도록 커다란 나팔소리는
옛날 전쟁터에서는 돌격신호였대요
적군을 이것 저것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죽이라는
사내들의 본능을 콕콕 찌르는 용감무쌍한 신호였대요
그러나 곡마단에서 기름지고 달콤한 유행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트럼펫은 누가 뭐래도
싸구려 소리, 저질의 양철 냄비 소리가 나야 제격이에요
레코드 바늘 소리 직직거리는
그 해 여름 어느 날, 이름도 가물가물 기억이 안 나네
경부선 천안을 지난 충청도 어디인지
아담한 간이역 근처, 그 스산한
역전다방에서 듣던
제목도 모르는 노래의 반주소리처럼 말이지요
© 서 량 2010.08.04
출처 : 시와 음악과 뉴욕 문인 동호회를 위하여
글쓴이 : 서 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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