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정로즈 2013. 5. 28. 12:25

 

 

 

 

 

 

 

쇼윈도우는 겨울이다

 

 

 

123

정세나

 

 

 

 

 

쇼윈도우는 보이는 대상만 포용하는

 

거울이다.

 

누구나 자신을 비쳐 보는 즐거움이 있다.

 

가며, 오며 햇살을 등지고 볼 수 있는

 

쇼윈도우는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길거리가 걸려 있는 거울

 

그 거울 속으로

 

가난한 삶이

 

싱긋 웃어 보이기도 한다.

 

 

싱싱한 풋과일 같은

 

소녀들

 

힐끗 쳐다보며 지나가고

 

장바구니들도 바쁘게 지나갔다.

 

 

길게 늘어선 지붕들이

 

노을 속에 잠기고

 

가로등 불빛이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화려한 불빛을 안고

 

양장점 의상들이 쇼윈도우 밖의

 

나를 훔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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