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스위시
가을 잔을 기울이며
고 영 애
빗장 없는 숲길에
무상한 바람의 붓질로 발효 된 가을 한 잎
여문 입가에 서리면
농하게 붉은 입술을 사르는 자유의 면벽(面壁)
주술에 걸려 보챈다.
덧 댈 것 없는 낙엽은 시간을 떠나고
잰 걸음에 떨어지는 별리의 이파리
커피처럼 쓴 만종소리에 놀라
그대의 입술은 붉다
허리까지 차오른 가을 잔은 기우는데
오감을 깨우는 종소리에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발목은
갈색 늪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벌레가 남긴 비탄
입 맥으로 솟아오르고
그대 붉은 입술에서 들리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낙엽의 근원을 알리는 만종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