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스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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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로즈 2015. 2. 16. 14:51

 

 

 

가을 잔을 기울이며

 

고 영 애

 

빗장 없는 숲길에

 

무상한 바람의 붓질로 발효 된 가을 한 잎

 

여문 입가에 서리면

 

농하게 붉은 입술을 사르는 자유의 면벽(面壁)

 

주술에 걸려 보챈다.

 

 

덧 댈 것 없는 낙엽은 시간을 떠나고

 

잰 걸음에 떨어지는 별리의 이파리

 

커피처럼 쓴 만종소리에 놀라

 

그대의 입술은 붉다

 

 

허리까지 차오른 가을 잔은 기우는데

 

오감을 깨우는 종소리에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발목은

 

갈색 늪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벌레가 남긴 비탄

 

입 맥으로 솟아오르고

 

그대 붉은 입술에서 들리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낙엽의 근원을 알리는 만종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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