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항아리와 시/김환기 金煥基(1913-1974) +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을 닮은 한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잊혀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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