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마을의 성모’ 1938∼1942년.
일반적인 달력과 달리 교회력은 성탄 4주 전에 새해가 시작된다. 이를 대림절 또는 강림절이라고 한다. 성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대림 기간 동안 교회와 신자들은 초 네 개를 준비하고 매주 하나씩 초를 밝힌다. 러시아 유대인 태생의 화가 마르크 샤갈은 약 80년 전 대림 시기에 이 그림을 그렸다. 화가의 바람과 달리, 1941년 나치 군이 파리까지 점령하자 유대인이었던 그는 또다시 미국으로 피신해야 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쳐 뉴욕까지 목숨을 건 여정이었다. 샤갈의 작품과 화구가 든 짐은 딸의 도움으로 뉴욕으로 옮겨졌는데 다행히 이 그림도 포함돼 있었다. 해서 이 그림은 마침내 1942년 뉴욕에서 완성됐다. 장장 4년 동안 유럽과 미국의 여러 도시를 거치며 피란살이 중에 완성한 그림인 것이다.
샤갈은 어두운 시대를 살아내면서도 우울한 현실을 그대로 화폭에 담는 대신 서정적이고 신비롭게 표현해 명성을 얻었다. 그가 ‘시인 같은 화가’로 불리는 이유다. 샤갈이 그림 속에 초를 밝히며 간절히 기도하고 기다렸던 건 성탄이 아니라 전쟁의 종식과 사랑하며 사는 세상이 아니었을까.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