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도 다 같은 친구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며 인친(인스타그램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트친(트위터 친구) 등으로 세분화되다 보니,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친구는 ‘실제 친구’ 즉 실친으로 불리게 됐다.
인친과는 트렌드나 취향을, 페친과는 새로운 이슈를 나눈다. 트친과는 정치·사회적 의견을 짧고 굵게 쏟아 내거나 비계(비밀 계정)를 통해 주변에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덕질’을 함께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실친을 대체할 수 있을까.
소셜미디어 친구가 실친보다 좋다는 사람들은 ‘질척거림이 없다’ ‘무리하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답할 의무가 없고 시간 맞춰 말하면 된다’ ‘밥값 걱정 없다’ ‘안 맞으면 끊으면 된다’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소셜미디어로 친구를 쉽게 늘릴 수 있게 됐지만 인간이 유지할 수 있는 친구 규모 150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직접 만나지 않는다면, 소셜미디어 친구도 그냥 아는 사람(acquaintance)일 뿐이다. 이들과는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는 건 친구를 만나 웃고 떠들고 음식을 먹고 돌아다니는 등 이야깃거리(anecdotes)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만큼은 못하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에 한계가 있기에 소셜미디어 친구에 쏟는 자원은 실친에게 들일 기회비용일 수 있다. 새해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 있는 소셜미디어 친구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마음 써주고 싶던 실친들과 좋은 시간(quality time)을 보내길 기원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일은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한 일이라고.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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