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위그림은 문자없던 시대 인류사를 풀어주는 열쇠입니다”

정로즈 2020. 1. 24. 10:20

1년간 中전역 바위그림 조사한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12개성 유적지 30곳 발품 연구… 남방의 선각무늬 패턴 등 규명
“선사시대에는 그림이 곧 문자… 10m 높이 바위에 독창적 형상 가득
시탕지역 그림 앞에서 희열 몰려와”

바위그림 조사차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바르콜(중국명 바리쿤)을 지난해 방문한 장석호 연구위원. 장석호 연구위원 제공


지난해 7월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59)은 중국 칭하이(靑海)성 더링하(德令哈)현 소재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네댓 시간쯤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지도에도 없는 곳. 바위그림 유적의 위치를 안다는 사람을 수소문해 차를 타고 몽골족의 여름 방목지를 찾아간 뒤 다시 계곡을 따라 수km를 걸어 들어갔다. 도중에 말, 산양, 사슴이 신화적인 모습으로 변형된 그림 등 수십 개가 그려진 바위가 풀꽃과 함께 눈에 들어왔다. 

“기대도 안 한 발견이었어요. 기원전 그림부터 100년이 안 넘는 것까지 섞여 있는 겁니다. 요즘도 이곳 사람들이 제사를 지낼 때 은밀하게 바위에 그림을 그리거든요.”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지난해 중국 칭하이성의 고원분지 회이토우타라에서 조사한 바위그림. 각종 동물이나 사람 모양과 함께 바위 중앙에 변형된 태극 문양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네이멍구 자치구 줘쯔산(卓子山)에 있는 태양신 바위그림. 장석호 연구위원 제공

장 연구위원은 2018년 11월부터 1년 동안 중국 베이징대에 파견돼 중국 전역의 바위그림을 조사했다. 남쪽 윈난성부터 북쪽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까지 12개 성에 있는 바위그림 유적지 30곳을 찾아다녔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재단 연구실에서 만난 장 연구위원은 조사 때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바위 중앙에 소용돌이치는 태극이 그려져 있었다. 


“‘스바스티카(svastika·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 문양)’의 변형이지요. 순환과 불멸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의 산양 그림은 둥글어지다가 해의 모습을 닮습니다. 산양이 하늘이 내려준 빛의 상징인 거예요. 그게 다시 태극으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태극은 원류가 중원이 아니라 북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