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중에서...
나의 그림 ‘벚꽃 길에서’를 소장하고 있는 나의 친구야! 그 작품 속에는 내 꿈과 이상을 담고 있단다.
캔버스 속에 벚꽃 길을 구상하고, 구도를 잡고 나만의 색조를 묻혀 물 흐르듯이 잔잔히 덧칠할 때마
다 4월에 찾아낸 벚꽃 길을 남몰래 숨겨둔 연인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보랏빛 그늘진 나뭇가지 틈 사이를 지날 때 흩날리는 새하얀 꽃잎을 맞으
며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휘청거리는 벚나무처럼 튼튼한 그의 등에 얼굴을 대고 달
리면 쌀쌀맞고 음산했던 겨울 풍경을 묻어버린 하얀 꽃잎이 면사포를 길게 늘어뜨린 것처럼 아름답다.
아름다운 벚꽃 길에 떨어지는 꽃비 소리가 내 귀에 속삭인다.
‘서로 열심히 사랑하라’고
그래서 혼자 하는 작업은 외로웠을 것이나, 외롭다거나 고독을 전혀 모르는 법이다.
친구야 가끔 사는 것이 심드렁할 때 해마다 4월에 찾아오는 ‘벚꽃 길에서’의 그림을 바라보며 나
처럼 꿈을 담아 보기를 바란다. 못다 이룬 꿈을 그림에 실어 한순간이라도 한번 활짝 피워 올리며 행
복해 하는 친구의 모습을 두고두고련다. 진정 그리움과 행복한 시선으로···.(정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