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대신 매를 맞고 -복효근

정로즈 2010. 4. 6. 18:46

 



대신 매를 맞고 

                                
                                       / 복효근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 당신은 목에 너무 힘을 준다는 것 알아요?
- 시인이라 이거지요? 시인이라 이거지요?

마음이 한웅큼 뜯겨 나가고
뉘우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뉘우치며
하루가 지나고
또 e-메일이 왔다


- 어젯밤 술에 취해 방배동에서 모 시인과 다퉜는데
- 돌아와 그 시인에게 e-메일을 보낸다는 게
- 잘못 배달된것 같네요...
- 죄송해서 어쩌지요?


- 평소 내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 죄송합니다...
나도 답 메일을 이미 보낸 뒤였다


딸아이 피부약을 내 감기약인 줄 알고 먹고서
감기가 나은 적도 있다 
 대신 매맞고 뉘우친 마음의 자리 푸른 매 자국이 싱싱하다

.
.
.



..올리브 그린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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