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비극의 그 날이덕훈 여행일기
바람처럼 | 불로그에서
숭례문
숭례문은 태조 4년인 1395년 공사를 시작해 3년 후에 완성됐습니다.
3년전 방화로 소실되기 전까지 서울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자 대한민국의 국보 1호였습니다.
세종 29년과 성종 10년 등 크고 작은 개축과 보수가 있었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 전쟁에서도 화를 면하고
600년이 넘는 세파를 이겨냈습니다.
지금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시간이 저녁 9시니까
정확히 3년 전 오늘인 2008년 2월 10일 저녁 9시쯤이었습니다.
남대문에 화재가 났다는 제보를 받고 반신반의하면서 카메라를 메고 남대문 쪽을 향해 걸었습니다.
시청 앞까지 가서도 남대문에서 불이 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연기는 잘 보이지 않았고 차량도 정상적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소방차가 주변에 와 있고 남대문의 자체 조명으로 흰 연기가 조금 보일 뿐이었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았으나 불은 모두 꺼지고 연기만 피어 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장에 나와 있던 소방관도 불길은 잡혔다고 했습니다.
연기도 사그러들고 대충 스케치를 한 뒤 큰 불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그 날 상황이 끝났다면 얼마나 다행이었겠습니까?
그 정도 불이면 사회면에 헤프닝 정도로 처리하면 될 정도였습니다.
간단히 사진 마감을 하고 뉴스를 보는데 현장화면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현장을 떠난 지 30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화면에 보이는 숭례문 지붕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형사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또 카메라를 메고 남대문으로 뛰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숭례문은 이미 연기에 휩싸였고 연기 속에서 간간히 불길도 보였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방차가 숭례문을 에워싸고 물을 뿌려댔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600년을 견뎌왔던 숭례문은 그렇게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처음 불길이 잡혔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불씨를 찾아 제거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안타까운 순간이었습니다.
자정이 지나면서부터 지붕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밤새 숭례문은 1층 누각 일부만 남기고 모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화재로 숭례문이 소실된 지 3년이 지난 오늘,
숭례문 현장에서는 복원공사가 한창입니다.
숭례문 뿐 만 아니라 숭례문의 좌우 성곽까지 복원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동쪽 남산 가락으로 53m와 서쪽 대한 상공회의소 쪽으로 16m를 복원하게 됩니다.
최대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숭례문 대장간을 만들어 전통방식으로 공구를 제작하고
나무를 다듬는 치목작업과 돌 다듬기 작업도 기계를 쓰지 않고 수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숭례문의 동쪽 성벽 쌓기 작업.
복원될 숭례문의 지반은 일제때 성토된 부분을 걷어내 이전보다 30~50cm가 낮아져
원래 모습에 최대한 가깝에 복원되고 발굴 조사 중 지표 아래에서 확인된 조선전기 유구층도
따로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복원공사가 절반 가까이 진행됐기 때문에 2년 뒤 쯤에는
불타기 전 모습보다 더 장중하고 아름다운 숭례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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