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은 키가 작은 여자다
정세나
산책길에서 만난 분꽃은
키가 작은 여자이다.
여름의 강렬한 햇빛이 그리워
수줍게 세상속으로
예쁘게 피어서
절기의 가을에
검은 열매를 맺고 사라진다.
옛날의 나의 어머니처럼
곱게 단장하여
퇴근길에서
아버지를 마중나가시던 ....
그 분꽃은
오후 6시쯤
산책하는 나를
배수지공원에서
반갑게 맞아준다.
해가 기울 때 피어서
새벽녘까지
도란도란 사랑을 나누던
그 분꽃을 보려고
나는 오늘도 배수지 공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