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중략)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아버지가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마당 한가운데 키 큰 감나무를 돌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가는 아버지의 관을 향해 나는 열네 살의 어린 손을 흔들어야 했다. 시가 나에게 다가든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존재! 사라지므로 아름다운 투명한 물방울! 그 후 내가 읽은 모든 시는 그 범주 안에 있다. 내가 쓴 모든 시도 아버지의 관 앞에서 울던 어린 딸의 노래다.
‘두 번은 없다’ 이 시를 쓴 폴란드의 여성시인 쉼보르스카는 미당(未堂) 다음으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996년 노벨 문학상을 그녀에게 안겨주면서 모차르트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웅장함을 겸비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명징한 언어, 절제된 표현으로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금세기의 거장, 하지만 한없이 수줍은 은둔의 시인이 사는 크라코프를 여행하며 나는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 불과 한 시간 남짓에 아우슈비츠가 있다는 것을….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중략)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두 번은 없다’ 중에서
‘두 번은 없다’ 이 시를 쓴 폴란드의 여성시인 쉼보르스카는 미당(未堂) 다음으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996년 노벨 문학상을 그녀에게 안겨주면서 모차르트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웅장함을 겸비한 시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명징한 언어, 절제된 표현으로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금세기의 거장, 하지만 한없이 수줍은 은둔의 시인이 사는 크라코프를 여행하며 나는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 불과 한 시간 남짓에 아우슈비츠가 있다는 것을….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