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김 종 길
너 커다랗게 뜬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서
내가 산다.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긋이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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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출생. 원로 영문학자. 현 고려대 명예교수.
시인이 본 소의 외형적 형상은 누구나 다 아는 바처럼 '커다랗게 뜬
/검은 눈'을 볼 수 있다. 그런 눈 속에는 천고의 슬픈 하늘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소의 내면적 심상은 어떨까. 이를 두고 화자는 소의 타
고난 '어리석음이 어찌하여/어진 것이 되느냐' 고 항변하고 있다.
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 질소하고 침준한 외형의 모습과 비록
우직하고 행동이 느리긴 하나 부지런함과 유순함을 소가 지닌 큰 덕
목으로 꼽는다.
그런 소를 두고 시인의 눈은 소가 '지긋이/눈을 감는 버릇'
에서 화자의 자화상이 겹친다.
소는 오직 인간을 위에 꾀를 부리지 않고 멍에를 메고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끝내는 도축장으로 끌려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몸을
내주어 인간에게 헌신한다.
이 시를 통해 실로 안타깝게 인식돼야 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비정한 인간의 몰인정을 질타하고 있음이다.
<시인..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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