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소 / 김종길 (이가영)

정로즈 2015. 1. 31. 14:15

 

김 종 길

 

너 커다랗게 뜬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서

내가 산다.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긋이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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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안동 출생. 원로 영문학자. 현 고려대 명예교수.

 시인이 본 소의 외형적 형상은 누구나 다 아는 바처럼 '커다랗게 뜬

/검은 눈'을 볼 수 있다. 그런 눈 속에는 천고의 슬픈 하늘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소의 내면적 심상은 어떨까. 이를 두고 화자는 소의 타

고난  '어리석음이 어찌하여/어진 것이 되느냐' 고 항변하고 있다.

 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그 질소하고 침준한 외형의 모습과 비록

우직하고 행동이 느리긴 하나 부지런함과 유순함을 소가 지닌 큰 덕

목으로 꼽는다.

 그런 소를 두고 시인의 눈은 소가 '지긋이/눈을 감는 버릇'

에서 화자의 자화상이 겹친다.

 소는 오직 인간을 위에 꾀를 부리지 않고 멍에를 메고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끝내는 도축장으로 끌려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몸을

내주어 인간에게 헌신한다.

 이 시를 통해 실로 안타깝게 인식돼야 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비정한  인간의 몰인정을 질타하고 있음이다.

                                                   <시인..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