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성에 대한 동경은 종교로 이어지기도 한다. 절대자 또는 영원한 진리를 찾아 구도의 길을 떠나는 수도자의 삶을, 사자에 찢기는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신을 찬미하는 순교자의 삶을 우리는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다. 가변적이고 유한한 삶 너머의 절대적 가치를 추구하게 되면, 삶의 의미는 그로부터의 거리로 가늠된다.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삶
좋은 삶에 대한 욕망에는 쾌락·명예·윤리·헌신 등의 여러 재료가 섞여 있다. 다른 재료들이 더 있을 수 있고, 사람마다 택하는 재료가 달라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재료들을 단순히 혼합한다고 좋은 삶에 대한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두 재료를 택하든 부딪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재료가 추가되면 이들을 조율하는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철학자들은 산재한 욕망을 어떻게 조율하여 삶의 주인이 될지 고민해왔다. 마음과 삶에 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작업을 시작하고자 한다. 필자가 동양철학에 과문하여 서양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의 본성은 동서양에 공통적이라는 추정을 위로로 삼고, 학문을 더 쌓아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도 소개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하면서.
서양철학의 역사를 보면, 이성이 삶의 조화를 위한 지휘대에 가장 많이 오른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의 철학은 이성의 철학이었으며, 이후 칸트에 의해서도 소환되어 철학의 역사를 관통하여 압도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고대가 막을 내리는 혼란기에 즈음하여서는 절대자의 은총과 신앙이 무대에 오르며 이후 천 년을 지배한다.
중세의 두 거목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는 절대자에 귀의하는 의지를 중심에 올려놓았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근대와 더불어 개인이 해방되면서는 이성과 신앙에 의하여 절제됐던 쾌락이 새로운 조명을 받는다. 홉스와 벤담은 새로운 시대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마음을 해석한다. 19세기의 새로운 과학, 특히 다윈의 생물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신앙과 이성은 더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니체는 그 도전의 정점에 선다.
이상의 철학자들과 현대의 사상가들을 4주에 한 번씩 소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자신의 시대로부터 어떤 키워드를 받았고, 이를 통해 마음과 삶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이 질문을 쫓아가는 철학적 시간여행이 삶에 대한 생각의 시대적 변화를 추적해 오늘의 시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또 각자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도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