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행주
정 세 나
찌든, 통풍이 없는 부엌에서
살림살이에 지칠 때 나는 공원으로 간다.
공원에서 두 팔을 뻗어
젖은 행주로 하늘을 맑게 닦는다.
젖은 행주를 스쳐 가는 바람
내가 실눈 살풋 내려 깔면, 어느새
바람은 젖은 옷섶을 붙들고
한 번도 앉을 시간 없던 나를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힌다.
피곤이 확 풀어지는 일상의 여유
살림살이에 지칠 때
나는 공원으로 간다.
발걸음도 가볍게 흙을 밟는다.
앉은 뱅이 풀꽃들이 내어준 길에
내려꽃힌 햇볕 한 무더기 안고
공원의 푸른 생기를 가득 담아
해저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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