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여자
정세나
삭히고 있다.
이유 없는 울분과
욕망을
가지마다 서렵게 익혀온
꿈과 사랑에 매달렸던 생을
털어내고 싶다
털어내 버리면
푸른 가슴을 푸른색으로 지켜야 한다지만
가을 햇볕이
단풍을 채색하는
그 햇볕으로 붉게 물들고 싶다.
그런 나를 바람은 휘갈기고
한낮에 삐치다 가버리면
그때는
짓밟히고 싶은 잎들만 떨어지고
가슴 저린 생을 붙들고 서 있는
빨간 단풍나무처럼
나는 가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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