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가을 타는 여자

정로즈 2010. 2. 15. 11:29

 

 

 

 

 

가을 타는 여자

              정세나

 

 

 

삭히고 있다.

이유 없는 울분과

욕망을

 

가지마다 서렵게 익혀온

꿈과 사랑에 매달렸던 생을

 

털어내고 싶다

털어내 버리면

 

푸른 가슴을 푸른색으로 지켜야 한다지만

가을 햇볕이

단풍을 채색하는

그 햇볕으로 붉게 물들고 싶다.

그런 나를 바람은 휘갈기고

 

한낮에 삐치다 가버리면

그때는

짓밟히고 싶은 잎들만 떨어지고

 

가슴 저린 생을 붙들고 서 있는

빨간 단풍나무처럼

나는 가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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