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봉숭아

정로즈 2013. 8. 15. 16:24



봉숭아

정세나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뜨락에

봉숭아 꽃잎에 머무시던

나의 어머니


가슴을 짓이긴 핏물로

말없는 내 어린 손톱에

붉은 봉숭아 꽃물들이던

열 손가락마다 깊고 간절한 사랑이

오래오래 지워지지 말라던 어머니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봉숭아 꽃물로 말씀 하심은

가정 평화를 위한 인내이었지요


여름 날 봉숭아 꽃 피어나는

이맘 때면

내 손톱에 와 머무시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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