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기도/ 정세나
오월의 장미꽃으로
피어 있게 하소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환한 등불로 밝히고
움트는 새순의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리게 하소서
가시 돋친 성깔 꺾어버리고
당신의 구원으로 엮은 꽃다발로
사랑을 나누는 곤궁한 사람들을 위해
고개 숙여 기도하게 하소서
오월의 길목에서
이름 없는 풀꽃과 어우러져
믿음으로 하나 되어
당신을 찬미하는
장미꽃이게 하소서
- 한국가톨릭 시선 (가톨릭신문사,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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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디를 가나 아파트 담장과 골목길 담 너머로 장미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의식 속에 장미는 꽃 중의 꽃이고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벨 벨몽은 ‘신이 만든 것 중에서 완벽한 것은 여성과 장미 두 가지 뿐’이라며 장미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빌어 여성을 칭송했고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장미를 수식했다. 실로 이 오월은 장미가 있기에 계절의 여왕이다. 꽃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꽃 역시 장미인 것은 그 아름다움에 사랑과 정열을 담아 전할 일이 많기 때문이리라.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에 피어난 한 송이 장미에 홀딱 반한다. 그러나 그 장미는 허영과 변덕으로 어린 왕자를 길들이려고 한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장미를 그리워한다. ‘장미는 나에게 향기를 주었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어. 그러니까 거기서 도망치지 말아야 했어. 그렇게 투정을 부린 것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란 것을 알아차려야 했어’ 꽃의 행동 속에 숨은 진실을 보지 못 했고, 너무 어려 꽃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오월의 장미꽃으로 피어 있게 하소서’ ‘사무치는 그리움을 환한 등불로 밝히고 당신을 기다리게 하소서’는 마치 성숙한 어린왕자의 기도처럼 느껴지는 동시에 성모마리아에 대한 흠모와 존경의 기도 같다. 가톨릭교회에서 5월은 성모 마리아의 숭고한 사랑을 특별히 기리는 성모성월(聖母聖月)이다. 한 달 내내 성모께 장미화관을 바치고 찬미가를 부르며 공경했다는 유럽의 전통이 이어진 것이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한 신앙의 모범을 신자들이 따르도록 하는 신심행사로 한국가톨릭에도 뿌리내렸다.
마리아는 특히 동양권에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마리아의 헌신과 인내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울 수만은 없었던 올해 ‘오월의 길목에서/ 이름 없는 풀꽃과 어우러져/ 믿음으로 하나 되어/ 당신을 찬미하는/ 장미꽃이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결코 화려하거나 순탄하지 않았던 성모님의 생애를 묵상하고 그분의 모범을 따라 자신을 봉헌하고자 하는 기도일 터이다. 계절의 황홀함에 머물지 못한 처지에서 그 속에 담긴 성모 마리아의 고통과 순명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해보자는 의미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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