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코메디언
문 정 희
코메디를 보다가 와락 운적이 있다
늙은 코메디언이 맨 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메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 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 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메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0) | 2018.07.21 |
---|---|
[마음읽기] 엉뚱하게 상상하다 (0) | 2018.07.18 |
[스크랩] 조선 여인들의 시와 산수화 (0) | 2017.08.13 |
[스크랩] 문학 속의 꽃 〈10〉 박목월의 〈나그네〉와 밀밭 (0) | 2017.07.25 |
[스크랩] 조선 여인들의 시와 산수화 (0) | 2017.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