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늙은 코메디언 -문정희

정로즈 2018. 3. 11. 19:00

늙은 코메디언

 

                     문 정 희

 

 

코메디를 보다가 와락 운적이 있다

늙은 코메디언이 맨 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메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 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 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메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