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행복 유치환

정로즈 2020. 2. 24. 12:21

ㅡ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ㅡ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ㅡ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오늘은 사랑과 그리움의 시인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집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에

수록되어 있는 《행복》이라는 시를 감상해 봅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2020.02.27
사평역에서 곽재규  (0) 2020.02.24
아플로네를의 미라보 다리  (0) 2020.02.24
절명시(絶命詩)  (0) 2020.02.13
석류 - 조운  (0)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