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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보는 시간이 늘어나 좋다

정로즈 2018. 8. 30. 16:23

입력 2018.08.25 03:00

[김형석의 100세 일기][김형석의 100세 일기]

[김형석의 100세 일기]
이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요사이는 일기예보와 함께 황사나 미세 먼지에 대한 정보가 뒤따른다. 나 같은 늙은이들은 자연히 외출을 줄이고 방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대신 책상 위에 있는 구름 사진 책을 들여다보거나, 창문을 통해 넓은 하늘에 찾아왔다가 사라져 가는 구름들을 관상(觀想)하는 시간이 길어져 좋다. 몇 해 전에 '앞으로 10년만 더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으면 사진기술을 배워 구름 사진을 찍고 싶다'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글의 독자들이 내 심정에 공감했거나 동정했던 것 같다. 국내외에서 출간된 구름 사진 책을 네 권이나 선물로 받았다.

구름을 보기 어려운 날씨에는 그 사진들을 통해 여러 모습의 구름들을 찾아본다. 그리고 시외로 외출을 하거나 휴식시간이 생길 때는 언제나 새로운 형상으로 관광객을 기다리는 구름들과 마음의 교류를 갖는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의 작은 부분인 화초를 사랑한다. 그런 사람들은 착한 마음씨를 찾아 누린다. 많은 사람은 동물을 사랑해 본다. 그런 사람들은 생명에 대한 정과 사랑을 배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웅장한 산의 기상을 받아들여 강한 의지와 신념을 얻는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넓은 마음과 가없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그런데 삶을 이끌어 주고 함께해주는 자연과 전혀 무관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자연의 혜택도 모르고 사랑을 느껴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 편견이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불행하게도 우리가 모두 걱정하는 사회악을 저지르곤 한다. 사회악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폐쇄적인 감성과 심정으로 고통을 겪는다. 우울증도 그 하나의 증세일지 모른다. 대자연의 질서를 역행하거나 자연과의 사랑을 단절하기 때문이다.

나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작은 농촌마을에서 살았다.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자랐다. 아버지를 따라 앞산 꼭대기까지 오르곤 했다. 무한히 전개되는 파란 하늘에 언제나 다른 형태로 태어났다가 자취를 감추는 구름을 보는 것이 소박한 즐거움이었다.

나이 들면서는 여유로울 때면 구름 감상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길을 떠나 지방산수를 찾기도 했다. 장년기 에는 세계여행 중에도 구름 보기를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구름을 친구 삼아 사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받아들인 교훈이 있다. '욕심 없는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가르침이다.

내가 잘 아는 친지 중에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한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욕(無慾)의 인생관을 갖춘 사람들이다. 무소유는 그 작은 부분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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