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겨울 달빛 / 정세나 시퍼렇게 날선 칼날이다. 예리한 칼날의 푸른 빛이다. 산골 지붕 위에 납작 엎드려 쌓인 하얀 달빛 메마른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어디론가 뿔뿔이 떠났다. 체울 것 없는 텅 빈 옛 보리밭 쓸쓸한 生을 등에 업고 쭉쭉 뻗어있는 신작로에 나서면 달빛이 시퍼렇게 누워있다. 겨울 달빛 서늘히 쓸고 가도 살얼음 깨는 여린 풀잎 보면서 어둡던 내 마음 밝아지고 참았던 냇물 녹아 흐르는 소리에 봄은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