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하드롱꽃

정로즈 2019. 8. 8. 12:00










        하드롱꽃 / 정 세 나 베란다에 앉아서 바라보던 앙징스럽게 내민 작은 꽃망울 고집센 뽀루퉁한 딸아이 빨간 입술이다. 늦게 다닌다고 야단치면 샐쭉 토라지고 내가 돌아서면 투정 부리며 입맞춤이라도 하자는 걸까. 꽃망울은 숨죽인 바람에도 방글방글 피어난다 활짝 필 때마다 처녀티 나고 촉촉이 적시며 내숭떠는 꽃 내 마음을 건네면 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 되고 나는 오늘도 너를 지켜섰다. 어느 날 오후 노랑나비 한마리 징그럽게 날아든다. 꽃이면 다 꽃인 줄 아나봐 열어 논 창문마다 걸어 잠그고 꽃을 거실로 옮겨 놓는다. 내 앞에서 토라진 채 창 밖을 그리워하는 저 하드롱꽃.

이미지는 블루바이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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