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롱꽃 / 정 세 나
베란다에 앉아서 바라보던
앙징스럽게 내민 작은 꽃망울
고집센 뽀루퉁한 딸아이 빨간 입술이다.
늦게 다닌다고 야단치면 샐쭉 토라지고
내가 돌아서면 투정 부리며
입맞춤이라도 하자는 걸까.
꽃망울은
숨죽인 바람에도 방글방글 피어난다
활짝 필 때마다 처녀티 나고
촉촉이 적시며 내숭떠는 꽃
내 마음을 건네면
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 되고
나는 오늘도 너를 지켜섰다.
어느 날 오후
노랑나비 한마리 징그럽게 날아든다.
꽃이면 다 꽃인 줄 아나봐
열어 논 창문마다 걸어 잠그고
꽃을 거실로 옮겨 놓는다.
내 앞에서 토라진 채
창 밖을 그리워하는
저 하드롱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