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창너머 낙엽이 / 이일기

정로즈 2020. 6. 8. 15:09

 

창너머 낙엽이

이일기

 

바람 따라와서

우스게 잘 하는

나의 친구야

그리움에 애닮픈 앙금으로

적막한 부두를 난타하고

돌아가는 해일을 보았지.

우리가 가장 연약해지는

저문 서창으로 와서

한동안 허허로이 서성거리다가

추억의 억센 물보래로

빈 창살을 죄 흐려놓고

밤 내 허물어져 가는 뜨락에서

한마당 서러운 춤을 추더니

아아, 서럽도록 서늘하게 돌아서 가는

저 덧없이 긴 옷자락 끄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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