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붓꽃 / 루이즈 글릭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기억해요.
머리 위 소음들, 소나무 가지들이 움직이는 소리들.
그 후의 정적, 연약한 햇살이
마른 표면 위에서 깜빡였어요.
어둔 땅속에 묻힌
의식으로
생존한다는 것, 소름끼치는 일이에요.
그때 끝이 났어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영혼으로 존재하면서 말할 수 없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한 땅이
약간 휘었어요. 그러자 내게 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낮은 관목들 속으로 돌진했어요.
저 세상에서 돌아오는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하지요. 내가 다시 말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망각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되돌아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내 삶의 중심에서
담청색 바닷물에 얹힌 심청색 그림자들,
커다란 샘물이 솟았지요.
- 루이즈 글릭의 퓰리처상 수강작(양균원 대진대 교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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