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야생 붓꽃 / 루이즈 글릭

정로즈 2020. 10. 14. 12:11

야생 붓꽃 / 루이즈 글릭

 

고통의 끝에

문이 있었어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당신이 죽음이라 부르는 것을

기억해요.

 

머리 위 소음들, 소나무 가지들이 움직이는 소리들.

그 후의 정적, 연약한 햇살이

마른 표면 위에서 깜빡였어요.

 

어둔 땅속에 묻힌

의식으로

생존한다는 것, 소름끼치는 일이에요.

 

그때 끝이 났어요.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영혼으로 존재하면서 말할 수 없는 상태가, 갑자기 끝나고, 딱딱한 땅이

약간 휘었어요. 그러자 내게 새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낮은 관목들 속으로 돌진했어요.

 

저 세상에서 돌아오는 통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

당신에게 말하지요. 내가 다시 말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망각에서 되돌아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되돌아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내 삶의 중심에서

담청색 바닷물에 얹힌 심청색 그림자들,

커다란 샘물이 솟았지요.

 

- 루이즈 글릭의 퓰리처상 수강작(양균원 대진대 교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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