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
비취 불가마에서
정세나
하얀 가운 입고 들어온 비취 불가마
원적외선 불빛 끌어당기고 눕는다.
나는 지금 푸줏간의 살코기 모습일까
눅눅해져 올려다보면 청동거울 같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육신(肉身)
불기둥 타고 연옥을 오르는 산이
허리에 구름자락 두르고
학 한 마리 소나무 아래서
벌겋게 달구어진 나를 보고 퍼드덕거린다.
세월에 바래진 얼굴도 녹고
짓무른 상처들도 녹아내리는가
그 무엇이든 가득 채우던 가슴도 불가마에
굽히는가
나는 보티첼리의 그림처럼
비너스가 환생하듯 그 바깥으로 걸어 나오면
세상은 낯설지만 환한 웃음 머금고
고요의 바닥을 깨는 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