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시

복숭아 밭에서

정로즈 2010. 5. 22. 09:18

 

 

 

 

 

 

복숭아 밭에서

                     南汀 정 세 나

 

 

 

 

실바람과 함께 거닐면

그대 숨결로 분홍 꿈이 세삼

화사한 꽃으로 피어난다.

 

 

 

 

 

 

바람 가고, 밤이 오면

달빛 따라 서 있는 내 몸은

산통(産痛)이 오고

별 같은 언어를 낳는 미혼모가 된다.

 

 

 

새들아 미혼모라고 함부로 쪼아대지 마라.

그 언어가 반짝 눈부시는

시(詩)가 될 수만 있다면

땅 속 깊이 발을 뻗은 복숭아 나무처럼

나는 행복하다.

 

 

 

 

 

 

새롭게 피어나는 눈물 젖은 분홍빛

그 복숭아 밭에 서면

나는 언제나 시인이고 싶다


                                                                                            

 

<한국현대시 2009년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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