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나의 수필

[스크랩] 비진도에서

정로즈 2014. 11. 18. 12:21

비진도에서

정세나

 

   여행은 나에게 무한한 자유와 상상력을 안겨다줄 것이다. 그래서 가고 싶었던 몰티브를 가지 못한 아쉬움으로 나를 얽매이게 하는 모든 것을 잠시 잊고 맑고 투명하여 눈부신 초록빛 잔잔한 물결을 품고 있는 비진도에 갔다.

  즐겨 읽었던 릴케의 시집에서 릴케는 러시아의 여행에서 미리 러시아의 역사와 말을 익혀서 톨스토이를 만났고 또 파리를 여행하고 나서 <말티의 수기>를 창작하였다고 하듯이 나도 인터넷을 검색하여 생소한 비진도를 알게 되어 선유봉에는 오르지 않고 개미허리처럼 잘룩한 비진도의 초록빛 물결과 해변과 몽돌을 만나리라 하고 갔었지만 결국은 내항 쪽에 있는 선유봉을 오르게 되었다.

  절벽의 발등을 포효하는 바다의 파도와 그 넘실대는 율동을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훔쳐보며 부서진 바위돌이 박혀있는 산비탈을 혼신으로 오르고 있었지만, 자꾸 뒤처지고 있는 나를 두고 갈 수 없었던지 와룡산근교에 살고 있다는 9명의 산악인들이 함께 하여주었다.

 

 

  언제나 낭만 속에서 몸과 마음의 양식을 그려보았듯이 쉽게 선유봉 오름길에 홀로인 내가 산행의 장비를 갖추지 않고 산악인들 틈에 끼어 열심히 오르면서 사진도 찍으며 휘기한 나무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나의 나이를 잊어리게 되어 자꾸 뒤처지면서 나는 젊은 산악인들의 짐이 되기 시작했다.

  한 생애에 산행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많이 오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선을 다하여야겠다.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사람은 행복을 쟁취하리라.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라고 노래하면서 한 사람의 낙후자가 없도록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김명구회장님을 비롯하여 한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산악 팀을 만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나의 자존감으로 죽을 힘을 다해 오르긴 했지만 우리의 인생도 이 산행과 무엇이 다르랴 하는 생각지도 않았던 나 자신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열정 나의 무력함으로 끝없는 독백으로 내디딜 때마다 희열을 느끼는 위태로운 존재인 나를 둘러싼 그 일행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산행이 주는 소중한 가치는 정상에 올라 하늘과 땅의 차이를 발견하고 놀랐다.

 

 

 

 

 선유봉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는 가슴을 열게 하고 크게 눈을 뜨게 하고 맑은 정신으로 내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하고 인생의 새로운 삶의 지표를 작성하게도 했다. 인간이란 망망대해(茫茫大海)의 조각배 같이 도도한 검푸른 물살에 휩쓸려갈 뿐인 것처럼 몇 번이나 나는 발을 헛디디기도 했었다. 광풍의 소리에 소름이 돋고 언 손으로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나의 모습은 산신령 같기도 했을만한데 그 무서운 바람은 멈추지 않고 산중턱에서 불어오는 듯했다. 태풍이 몰아치면 통째로 넘어진 채 빛바랜 소나무들이 허옇게 누워서도 싱싱하게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숙연함과 경건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절벽 위를 숙명으로 받아드리고 살아있으면서도 좋은 곳을 찾아 옮겨 다니지도 않고 뿌리를 깊이 흙속에 파묻어 버린 몸으로 방어도 할 줄 모르고 잔가지를 비틀어 늘이면서 햇볕과 물을 먹고 사는 겸허한 모습으로 천연의 운치와 멋을 보여주는 소나무는  아주 작은 것에도 불만을 토로하였던 나의 잘못을 뉘우치며 감동적인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을 주었다.

 

 

 

 

  (훈훈하게 나누어 먹었던 점심....감사합니다.)

  

 바람이 없는 평온한 곳에는 쑥과 냉이도 싹을 틔우는 낮은 곳으로 돌아내려오는 길엔 동백나무가 쉼없이 바람을 맞아 처녀 젓꼭지만한 꽃망울을 헤일 수 없이 달고 있는가하면, 사랑을 구가하는 꽃잎들이 수줍게 가슴을 풀어내고 있는 동백 숲길에서 바라보는 초록빛 비진도의 물결속에 일렁이는 한 점 구름이 나를 부른다.

 

 

 

 

넘 고마웠습니다. 산악인의 정신을 보여주신 좋은 님들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대문트레킹의 회원 중에 세나와 함께 하신 9명의 산악인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박수를 보냅니다.

 

 

                                        나의 옆자리에 앉아주신 선생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회장님!! 신선한 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넘 수고 많았습니다.

김석총무님께도 세나가 감사를 드립니다.

 

                                                                                                   

 

 

 

 

 

 

 

출처 : 대문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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