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똑/ 닭이 알을 낳드시/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 김환기의 1957년작 '매화와 항아리'. 생전 즐겨 그린 달과 꽃, 항아리의 이미지가 그의 시 '그림에 부치는 시—이조 항아리' 속 시어처럼 읽힌다. /환기미술관 화가 김환기(1913~1974)가 시를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1949년 쓴 시 '그림에 부치는 시―이조 항아리'를 읽다 보면, 그에게 시와 그림이 형태만 다른 하나의 언어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시를 읽은 뒤 유화 '매화와 항아리'(1957)를 바라보면, 둥근 백자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태어날 것 같다. 환기미술관 백승이 학예사는 "항아리나 달처럼 김환기가 즐겨 그린 소재는 일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