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구절초 / 정세나 호젓한 못 둑에 앉아 산 그림자 품은 연둣빛 물속 바라보면 그대 얼굴이 구절초로 가만 가만 피어나네 늘 오고 싶은 만큼 내 마음을 비집던 그 시절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 잔잔하게 맴도는 옛 사랑의 그림자여 스산한 못 둑에 흰 꽃잎 속에 타는 노을빛 그대 모습도 보랏빛으로 물드네. 정세나의 시 2020.09.02
그대가 있어 그대가 있어 / 정세나 더 없이 순결하고 맑고 빛나는 애련한 그리움으로 나의 가슴 속에 빛나는 보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샘과 그리움도 나 홀로 삭이는 괴로움도 기쁨의 시작이려니 거짓으로 오염된 삶의 한 가운데서 순결한 모습으로 다가온 그대 진홍빛 그리움으로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처럼 황홀한 기쁨과 슬픔을 간직한 그대가 있어 바라보는 이 세상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워라. 정세나의 시 2020.07.09
벚꽃길에서 벚꽃 길에서 글 :정 세 나 그림 :정 세 나 봄은 비어있는 캔버스 위에서 아른아른 발자국 찍으며 두 팔을 펴고, 눈녹색(嫩綠色) 향기를 품으면 애순이 예쁘게 움트고 부드러운 바람결에 언듯 언듯 연분홍꽃물 적실 적에 내 눈은 수정처럼 맑아지고 내 가슴은 갓 열아홉처럼 설레이더니 한 .. 정세나의 시 2019.08.08
하드롱꽃 하드롱꽃 / 정 세 나 베란다에 앉아서 바라보던 앙징스럽게 내민 작은 꽃망울 고집센 뽀루퉁한 딸아이 빨간 입술이다. 늦게 다닌다고 야단치면 샐쭉 토라지고 내가 돌아서면 투정 부리며 입맞춤이라도 하자는 걸까. 꽃망울은 숨죽인 바람에도 방글방글 피어난다 활짝 필 때마다 처녀티 .. 정세나의 시 2019.08.08
푸른 시절 푸른 시절 / 정세나 유년의 들길에서 자주 만나던 한 그루 미루나무가 기억조차 까마득한 지난날 시절을 바람결에 일깨워 준다 들꽃이 웃음을 쏟아놓던 긴 머리 소녀의 풍금소리 들리고 시냇물 소리와 징검돌 밟고 건너던 물장구 소리 지칠 줄 모르던 너와 내가 함께 했던 시절 그 푸른 .. 정세나의 시 2019.08.08
가을의 시 가을의 詩 정세나 아침에 눈을 뜨면 네 모습이 눈부시다. 지난 밤의 어둠을 씻어낸 새벽 동녘 하늘처럼 우리들의 삶은 언제나 낯설지만 너와 내가 산을 지나 함께 달려가던 낯선 시골의 가을, 그러나 낯설지 않은 가을의 길목에서 우리는 시간이 여물어 이뤄놓은 새로운 꽃길을 보았지 함.. 정세나의 시 2019.08.08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정세나 눈이 부신 가을의 길목에 허허로운 인생을 가을빛으로 채색하면 삶은 허수아비처럼 비를 맞고 바람을 맞으며 아픔을 참고 견디면 들국화처럼 밝고 환한 날은 오리라 너와 내가 함께 일구어놓은 낮은 언덕에서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낮설게 하염없이 밀려오고.. 정세나의 시 2019.08.08
겨울달빛 겨울 달빛 / 정세나 시퍼렇게 날선 칼날이다. 예리한 칼날의 푸른 빛이다. 산골 지붕 위에 납작 엎드려 쌓인 하얀 달빛 메마른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어디론가 뿔뿔이 떠났다. 체울 것 없는 텅 빈 옛 보리밭 쓸쓸한 生을 등에 업고 쭉쭉 뻗어있는 신작로에 나서면 달빛이 시퍼렇게 누워.. 정세나의 시 2019.08.08